[세상사는 이야기] 육아. 그리고 부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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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2.10. 오후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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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
정리 내려놓게 만든 육아
정도랄 게 없기도 하고
부모의 아이 향한 사랑이
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며칠 전 정리의 여왕 곤도 마리에에 관한 인상적인 기사를 읽었다. 집 안의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TV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은 복잡하고 정리 안 된 집 안을 정리하는 동시에 우리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삶의 지혜도 함께 배울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곤도 마리에는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다. 365일 24시간 한결같이 깔끔한 그녀의 집을 전 세계 사람이 동경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 그녀의 집은 이제 이전만큼 깨끗하지 않다. 하지만 그녀는 '세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삶에서 가장 소중하다'고 한다. 우리 삶의 최우선순위를 바꿔버리는 '자녀'라는 존재, 소아청소년과 의사인 나에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소중함을 다시금 일깨워준 소중한 기사였다.

육아는 누구에게나 힘이 든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오래 일해오면서 육아가 쉽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도대체 누구에게나 육아는 왜 이렇게 힘이 드는 것일까? 곤도 마리에를 정리보다 설레게 만든 아이들, 그녀에게도 육아는 만만치 않았던 모양이다. 정리와 병행하기 어려울 만큼 육아가 힘들었기 때문에 정리를 우선순위에서 내려놓았을 터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사랑하는 내 자녀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고, 세상에 나가면 나만큼 이 아이를 사랑하고 신경 써줄 사람은 없을 테니까 야무지게 커서 당차게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육아를 할 때는 늘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네 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 국내의 한 연예인과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은 사실 육아라기보다 아이들이 큰 사고 없이 잘 자라주기를 바라고 있었고 통제를 많이 하기보다는 많은 부분을 받아들이는 허용적 육아를 하고 있었다. 실제 아이들을 네 명이나 키우다 보면 하나하나 가르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각자 다른 기질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적절하게 교육도 하고 함께 놀아주는 등의 좋은 육아를 하고 있었다.

육아에는 정도가 없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은 스스로 크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많은 부분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게 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아이들은 어린 시기에 충분한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어른들의 교육과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답이 없기 때문에 더욱 육아라는 것은 어려운가 보다. 모든 아이는 각자의 기질에 따라 다 다른 행동 양상을 보이고 부모는 그에 맞춰 육아를 담당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부모의 지식만으로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육아하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우리 같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시기에 아이로니컬하게도 사회 활동이 많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늘어났을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휴원을 해서 아이를 가정에서 돌보기도 하고,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바람에 아이가 집에 있기도 하고,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동안 육아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을 부모들에겐 이 시간이 힘들기도 했겠지만 앞으로는 겪어보지 못할 소중한 경험 또한 안겨줬을 것이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고, 부모의 기대대로 크는 아이도 없다고 한다. 그래도 부모는 누구나 좋은 부모가 되고 싶고, 우리 아이들이 씩씩하고 당당하게 잘 살아가기를 원한다. 여러모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육아를 감당하고 있는 부모들을 응원한다. 곤도 마리에와 같은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 그들에게 격려를 보낸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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